할미꽃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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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공교육의 참스승으로 대우받는 학교의 선생님들은 카네이션 꽃속에 푸욱 파 묻히는 날이기도 하지요.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라고 울려퍼지는 스승의 날 노래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학교에서는 듣겠지요. 하지만 사교육의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사교육 현장의 학원강사들은 지식 노동자일 뿐이죠. '그렇게 살면 안된다. 먼저 인간이 되고 공부해야 한다.'라고 수도 없이 잔소리하며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지만 해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그 흔한 스승의 날 노래마져 듣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10여년 이상 저 역시 사교육 현장에서 잔뼈가 굶은 사람이지만 부모님들에게나 학생들로부터 제대로된 스승의 대접을 받은 적이 거의 없지요. 학원강사는 그저 지식을 전달하고 돈을 받아가는 "지식 장삿꾼"일 뿐 무늬만 선생인 허울좋은 사설교육의 강사일 뿐이었지요. 그래서 매년 스승의 날이 되곤 하면 심한 자괴감에 빠져서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라고 혼잣말을 수없이 되뇌이고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쓰디쓴 웃음만 지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늘이 또 '스승의 날'이네요.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학원밥 먹은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심해지니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가뭄에 콩나듯 사랑하는 제자의 편지 한통이라도 받으면 그 서운함이 다 씻어 내려갈텐데 이제는 기다려지던 편지마져 쓰기문화에 익숙치 않은 요즈음 학생들에게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해도 "할미꽃 스승의 날"로 만족해야 할 모양입니다. 할미꽃은 색이 참 곱고 예쁩니다. 왜 가장 예쁜 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요? 카네이션보다 더 예쁜 꽃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교육 현장의 강사들은 말없이 봄을 알리는 할미꽃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요란스럽지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지만 학생들이 늘 바르고 지혜롭게 자라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주빛 고운 꽃잎의 색을 멋드러지게 보이고 싶지만 솜털로 덮여서 그 마저 여의치 않은 할미꽃의 수줍음처럼 은근한 그들만의 색깔로 교육의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할미꽃 스승의 날" 오늘, 그 날을 말없이 자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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