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과서 범위내 시험출제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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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력고사 시절이나 지금의 수능 시절이나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전국 수석이 내뱉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무엇보다 교과서에 충실했구요,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습니다." 이 말을 믿는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인터뷰용 멘트에 지나지 않는 이 말속에 숨겨진 진부한 진리가 있다. 바로 교과서. 교육부가 전국의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모의고사까지 교과서내에서 출제하고 범위밖의 출제를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초강수를 둘 모양이다. 교과서를 벗어난 난이도가 상당한 기존의 시험방식을 벗어나고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 숨겨진 듯 하다. 그렇다면 교과서의 범위라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일까?

 

| 국정교과서 시절이 아니다. "교과서 범위내의 기준 애매모호"

 

7차 교육과정개혁을 통해서 거의 해마다 교과서가 바뀌어가고 있는 마당에 교과서 범위내 출제라고 하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영어과 교과서만 해도 출판사별로 10개 교과서는 족히 넘어보인다. 예를 들어 학교의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를 출제할 기준을 그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과서만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같은 학년에서 배우고 있는 10여종의 교과서 내용에서 출제가 될 것인지 애매하지 않은가? 더구나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영어과의 경우 출제범위가 거의 없어지고 고등학교 공통범위내에서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는 지금 교과서 내의 출제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비단 영어과 뿐만 아니다. 출판사별로 다양한 교과서를 각급 학교에서 쓰고 있는 지금 해마다 지역 교과서 총판책의 영업성과에 따라서 해마다 바뀌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는데 교과서를 믿고 공부를 해도 괜찮겠는지 의문을 던지고 싶다.

 

| 모두가 100점을 맞을 수는 없잖은가?

 

교과서 내에서만 나온다면 내신성적에 쾌재를 부를 사람들이 바로 현행 수험생들이다. 결론적으로 제한된 범위내에서 출제를 강행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쉽다. 범위가 좁아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느 바보가 뻔한 교과서의 내용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변별력을 상실한 평가를 하겠느냔 말이다. 당연히 현행 10여종 이상의 교과서 내용을 기준으로 시험문제(특히, 모의고사의 경우)를 출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다수의 교과서 내용을 두루 섭렵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영어만 예를 들자면 10여종이 넘는 교과서에 나오는 빈출 단어들을 줄줄이 꾀고 있어야 찍기라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기존의 교과서 범위밖의 난이도 있는 문제 출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다. 당연히 학원도 기존의 방식대로 종합적이고 심도있는 대책을 강구해서 강의를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과열을 식히기는 커녕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원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잖은가?

 

| 두리뭉실한 범위내 출제는 지양해야

 

사교육 현장에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교과서 범위내 출제는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대책이고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 줄 수 있는 정책임에 뜻을 같이하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교과서 범위내의 명확한 기준이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교과서내의 시험범위 표를 보고나면 골치가 아프다. 영어만해도 공부할 분야가 너무 많아서 교과서내의 범위라는 것은 명목상의 범위일 뿐이지 기간내에 그 많은 출제범위내의 공부를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누구보다 교육현장의 입장을 반영해서 이러한 정책을 생각하고 대통령의 의지를 외부를 합리적으로 드러내겠지만 정책의 중심은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에게 촛점이 맞추어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각종 시험의 경우 기간내 배운것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출제범위를 엄선해서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기존의 시험은 틀리게하기 위한 출제가 많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필수적인 범위를 선정해서 그것을 심도있게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야 이견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누가봐도 변별력이라는 대명제하에 지나치게 왜곡해서 출제된 문제는 학생들의 빈축만 살것이 뻔하다. 아직 교과서 내 시험출제 정책에 박수를 보낼 시기는 아니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각급학교로 하달되고 시행한 후 충분한 모니터링이 진행되어야만 효과적인 평가정책이 될 수 있고, 불필요한 사교육시장의 과열도 자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눈에 보이기 식, 인기 몰이식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에 종사하는 모든이와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허탈감만 줄 뿐이다.

 

 

△과목별로 10여종이 넘는 교과서의 범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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