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밀어내기, 학습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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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甲)을(乙)관계"의 횡포는 우유와 주류 대리점 뿐만이 아니다. 공급자인 회사와 수요자인 소비자사이에 끼어있는 영업당사자는 늘  외부로 나타나는 실적때문에 걱정과 한숨 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소비자의 수준높은 서비스 수요를 동시에 제공하기란 쉽지않은 명제이다. 을(乙)의 운명은 언제나 얻어맞고 하소연도 못하는 답답한 신세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것을 밀어내기로 마구잡이식 판매를 강요하는 것은 우유와 주류대리점의 경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계에서도 이런 유사관계가 존재한다면 '설마'하면서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교육계의 밀어내기 현장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 공산품인 학습지도 밀어내기의 대상


학습지. 과거 필자가 잠시 몸을 담았던 곳이다. 학습지회사의 구조는 남양유업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인다.  학습지는 출판사에서 대량으로 인쇄하여 소비자에게 보급하는 공산품의 일환이다. 일종의 지식공산품인 것이다. 창고에 쌓은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영업사원인 학습지교사가 발로 뛰면서 회원들을 부지런히 모아야 가능한것이다. 회원수가 늘어나지 않고 창고에 종이로 된 학습지가 증가한다면 당연히 회사로부터 좋은 소리를 들을리는 만무한 것이다. 말이좋아 교육용 상품이지 실제로 유통관계를 본다면 주류나 우유와 차이점이 거의 없다.


|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이중고 겪는 학습지교사


남양유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62%에 이른다는 보도와 마찬가지로 학습지회사의 경우 학습지를 판매하는 학습지교사가 모두 비정규직이다. 더구나 이들은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으므로 회사의 압박을 직접 막아내야하는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비정규직이 갑(甲)인 회사로부터 받는 대우는 교육계라는 입장을 고려해 조금 부드러울 뿐이지 영업부진으로 받게되는 무언의 압박은 피를 마르게 할 정도이다. 회원을 증가시키지 못하면 그달 지급되는 수익이 생계곤란에 이를만큼 처절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를 쓰고 영업활동을 하지만 쉽지않다. 


학습지교사의 힘든 한달


1. 100% 입금 원칙, 회원의 학습지 구독비용은 미수율이 상당하다. 미수금은 학습지교사가 채운다.

2. 학습지교사의 실력은 영업실적이 우선.(회원에 대한 교육 서비스는 대등소이)

    "지속적으로 매달 회원수를 증원하는 학습지 교사가 유능한 교사"

3. 있지도 않은 회원 가입. "유령회원 속출"

    "실적수당과 인정 받으려 있지도 않은 회원을 임의로 가입해 가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4. 월말 결산시 미수금은 카드 돌려막기로

    "월말까지 수금하지 못한 구독비용은 매달 카드로 돌려막기 일쑤. 미수금은 날로 쌓이고..."

5. 남자 신입의 경우 원거리 운행, 새차도 10만키로 이상 1년 뛰면 중고똥차로 전락 

    "지방의 경우 원거리 근무자가 많아서 한달 기름값은 전체 유지비의 10%도 못미쳐.     

6. 과다한 회원관리로 하루종일 격무. 

    "오전부터 저녁 12시까지 하루 종일 달려야 하루가 끝난다. 회원관리는 수박 겉핥기!"


| 아쉬운 놈은 항상 "을(乙)"

 

학습지 교사는 지원자들은 항상 줄을 서 있다. 최근에야 노동시장 형편이 어떤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주부사원에서 처녀총각 사원에 이르기까지 학습지 교사의 지원자가 러쉬를 이뤘던 때가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한달 몇 백의 수입을 올리는 영웅사원의 무용담을 들려주며 꿈을 키운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과 회원, 선생님의 역량이 딱 들어 맞아야 하는데 그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들은 노조 활동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노조에 가입하는 학습지 교사들은 사무실에서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더구나 개인사업자격인 학습지 교사가 노조를 구성해서 고용인에게 대든다는 문화가 왠지 서투르다. 따라서, 지국장이나 본부장의 주문에 꼼짝없이 뛰라면 뛰고, 원거리 지역을 가라면 가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는 식이다. 다른 사람들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지방의 중소도시에는 지원자가 모자라 생활정보지의 구인란에 단골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 학습지교사 모집이다. 해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안한다.

 

그러니 한달 영업실적이라고 내 놓으려면 유령회원 등록으로 "학습지 밀어넣기"는 해야하고, 결국 영업실적 향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팀장과 지역국장, 본부장들이다. 당사자는 여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는 속도 모르고 말이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밀어넣기 파장은 지금 들어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갑(甲)의 횡포'는 보이지 않는 영업의 현장이라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적때문에 죽이고 죽이는 고리구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일선에서 책임지는 교육계에서 만큼은 사라졌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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